도쿄 뒷골목, 혼자 걷다 — 관광지 말고 골목에서 찾은 진짜 도쿄
시모키타자와 · 야네센 · 키치죠지 · 진보초 골목 직접 걷기
왜 나는 센소지 대신 골목을 택했나
도쿄를 처음 간 건 아니었다. 두 번째 방문이었고, 첫 번째 때 이미 센소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신주쿠 가부키초, 하라주쿠를 다 돌아봤다. 유명 관광지들은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수백 번 본 것과 똑같았다. 아름다웠지만,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도쿄는 달랐다. 이번엔 관광지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지도를 열고 지하철역 하나를 찍은 뒤, 역 출구에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 없이, 일정 없이. 그랬더니 처음 보는 도쿄가 나왔다.
처음으로 골목 안 작은 이자카야에 혼자 들어갔을 때, 옆에 앉은 60대 일본 아저씨가 어설픈 영어로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 딸이 K-드라마를 엄청 좋아한다며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줬다. 그 10분이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도쿄에 가까이 닿은 순간이었다.
내가 걸은 도쿄의 네 골목
도쿄에서 가장 '힙하다'는 말을 듣는 동네지만, 사실 힙스터 카페보다 그 뒤 골목이 진짜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중고 레코드 가게, 작은 극장, 빈티지 의류점이 빼곡하다. 낮에는 대학생들이 많고 저녁이 되면 라이브 음악 소리가 골목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나는 여기서 2천 엔짜리 LP를 샀다. 틀 수 있는 플레이어도 없으면서.
야나카, 네즈, 센다기 세 동네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도쿄 대공습에서 살아남은 동네라 에도 시대부터 내려온 작은 절, 낡은 상점가, 고양이들이 남아있다. 야나카 긴자 상점가의 일몰을 보며 먹은 100엔짜리 고로케는 아직도 기억난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느낌이 나는 곳이다.
도쿄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동네 1위"로 꼽는 곳이다. 이노카시라 공원 주변 골목이 특히 좋다. 공원 옆 작은 카레 가게에서 혼자 앉아 1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창밖으로 낙엽이 지는 공원이 보였다. 그 1시간이 이번 도쿄 여행 전체에서 가장 좋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헌책방 거리. 골목 전체가 책으로 가득하다. 일본어를 못 읽어도 상관없다. 오래된 잡지 표지, 빛바랜 포스터, 그 냄새와 분위기 자체가 목적지다. 여기서 1960년대 일본 사진집을 3천 엔에 샀다. 지금은 책상 위 장식이 됐지만 후회 없다.
혼자 골목 여행할 때 진짜 도움 되는 것들
- 지하철역 출구를 무작위로 나와라. A출구 말고 D출구로 나오면 다른 골목이 열린다. 유명 관광지 주변 역도 출구 하나만 바꾸면 완전히 다른 동네가 나온다.
- 저녁 6~8시 사이 골목이 가장 살아있다. 퇴근 후 이자카야가 열리고, 직장인들이 채워지는 시간. 낮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 구글맵 '저장된 장소'를 쓰지 말아라. 목적지 없이 걸어야 골목이 보인다. 지도는 길을 잃었을 때만 꺼낸다.
- 작은 이자카야에 혼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카운터석 하나 있는 6인 규모 가게가 진짜다. "히토리데스(혼자예요)"라는 한마디면 된다.
- 편의점 도시락은 숙소보다 골목 어딘가에서 먹어라. 공원 벤치, 강가 계단, 절 앞 돌계단. 어디서 먹느냐가 맛을 바꾼다.
솔직히 말하면 — 골목 여행이 다 좋지는 않았다
길을 잃으면 생각보다 당황스럽다. 골목은 골목끼리 이어지고, 비슷한 골목이 반복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30% 이하로 떨어졌을 때 낯선 동네 골목에 있으면 꽤 불안하다. 보조 배터리는 필수다. 이건 경험으로 배웠다.
발이 생각보다 훨씬 아프다. 골목 걷기를 하루 종일 하면 만보는 우습게 넘긴다. 실제로 2만 5천 보를 걸은 날도 있었다. 편한 운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예쁜 신발은 숙소에 두고 나와라.
혼자라서 불편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 좋은 걸 봤을 때 바로 옆에서 같이 "와" 해줄 사람이 없다. 그 순간은 솔직히 아쉽다. 혼자 여행의 자유로움이 크지만, 감동을 혼자 삼켜야 할 때의 고독함도 분명히 있다.
다음 도쿄에서 걷고 싶은 골목들
이번에 못 간 곳도 있다. 고엔지(高円寺)의 빈티지 가게 골목, 나카메구로(中目黒) 메구로강 벚꽃길 옆 이면도로, 아사쿠사 뒤편의 오래된 장인 거리들. 도쿄는 골목만 제대로 걷는 데도 몇 달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엔 비 오는 날을 노려볼 생각이다. 맑은 날 도쿄 골목도 좋지만, 우산을 쓰고 젖은 골목 돌바닥을 걷는 도쿄는 또 다른 도시라고 들었다. 그 도쿄는 아직 못 봤다.
마치며 — 관광지는 사진을 남기고 골목은 기억을 남긴다
도쿄에서 찍은 사진 중 SNS에 올린 건 대부분 유명 관광지 사진이다. 그런데 자기 전에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건 다 골목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골목 이자카야의 연기 냄새, 야나카 고양이가 지나가던 돌담, 진보초 헌책방 아저씨가 봉투에 책을 넣어주던 손. 여행은 찍는 게 아니라 걷는 거라는 걸, 도쿄 골목이 가르쳐줬다.